2027년 2월 둘째 주 대표기도

2월 둘째 주 대표기도문|2027년 2월 14일 사순절 첫째 주일 대표기도문

홍수의 물결 가운데서도 언약을 잊지 않으시고, 광야의 길에서 자기 아들을 붙드신 신실하신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 첫째 주일에 우리의 마음을 낮추어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사십 일을 향한 거룩한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으며,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묵상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겨울의 끝자락은 아직 차갑고, 나뭇가지에는 봄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생명을 준비하시며, 침묵 속에서도 새 계절을 자라게 하십니다. 우리 영혼도 그러하게 하옵소서.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경건을 꾸미지 말고, 감추어진 마음의 자리에서 주님과 진실하게 만나게 하옵소서. 사순절의 시간이 우리의 겉모습만 바꾸는 절기가 아니라, 생각과 욕망과 삶의 방향을 돌이키는 은혜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셨을 때, 주님은 사십 일 동안 들짐승과 함께 계셨고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굶주림 속에서도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유혹을 거절하셨고, 세상의 권세와 영광을 얻기 위해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으셨으며, 하나님을 시험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결핍에도 마음이 흔들렸고, 필요를 채우기 위해 양심을 타협했으며, 사람의 인정과 세상의 힘을 믿음보다 앞세웠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의 마음에 숨어 있는 시험을 밝히 보여 주옵소서. 배고픔과 불안을 핑계로 탐욕을 정당화하지 않게 하시고, 성공과 편안함을 위해 진리를 굽히지 않게 하옵소서. 기도한다 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정한 결과를 주님께 요구했으며, 신앙을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말씀을 알면서도 욕망이 시키는 대로 살았고, 넘어졌을 때 회개하기보다 환경과 타인을 탓했습니다.

우리의 죄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교만과 탐욕과 두려움을 씻어 주시고, 성령께서 우리를 새롭게 하옵소서. 사순절을 금욕의 과시나 종교적 의무로 만들지 말게 하시며, 우리가 무엇을 포기했는지를 자랑하기보다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옵소서. 말의 절제보다 마음의 정결을, 음식의 절제보다 욕망의 절제를, 외적인 경건보다 이웃을 향한 자비를 배우게 하옵소서.

노아의 시대에 하나님께서 무지개를 언약의 표로 세우시며 다시는 홍수로 생명을 멸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듯이, 주님의 자비는 우리의 불성실보다 크고 오래됨을 믿습니다. 무지개는 비가 그친 뒤에야 보이지만, 언약은 구름 속에 가려진 때에도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과 불확실함이 하나님의 침묵을 의미하지 않게 하시고, 보이지 않을 때에도 약속을 붙들게 하옵소서. 주님의 신실하심을 기억하며 오늘의 작은 순종을 포기하지 않게 하옵소서.

사순절의 길에서 우리를 광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불필요하게 쌓아 올린 욕심을 내려놓고, 침묵 가운데 자신의 내면을 살피게 하옵소서. 끊임없이 화면과 소식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말씀과 기도의 자리를 회복하게 하시며, 혼자 있는 시간을 외로움으로만 여기지 않고 하나님께서 가까이 계심을 배우는 시간으로 삼게 하옵소서. 광야에서 천사들의 수종을 받으신 주님처럼, 지친 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보내 주시고 우리가 서로에게 작은 천사의 손길이 되게 하옵소서.

오늘은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세상 사람들이 마음을 나눕니다. 사랑을 선물과 말에만 가두지 않게 하시고, 주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처럼 오래 참고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을 배우게 하옵소서. 부부와 연인 사이에 신실함과 존중을 더하시며, 가족 안에 묵은 상처가 치유되게 하옵소서. 관계의 단절로 외롭게 지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만남을 허락하시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에게는 주님의 위로를 가까이 베풀어 주옵소서.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상처가 두려워 마음을 닫은 이들에게 건강한 관계와 지혜로운 분별을 주옵소서.

우리 교회가 사순절의 의미를 삶으로 증언하게 하옵소서. 고난주간을 준비하는 행사에 머물지 말고, 실제로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용서할 사람을 용서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의 곁을 지키게 하옵소서. 교회 안에서조차 경쟁과 비교가 자라지 않게 하시고, 금식하는 이의 마음이 교만해지지 않게 하시며, 조용히 섬기는 이들의 수고를 주님께서 기억하여 주옵소서.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걷는 공동체로서 서로의 연약함을 품고 끝까지 믿음을 지키게 하옵소서.

전쟁과 재난, 가난과 억압으로 광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피난과 굶주림 속에 있는 이들에게 안전한 거처와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시며, 힘 있는 이들이 약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절제와 지혜를 주시고, 갈등을 부추기는 말보다 생명을 살리는 결정을 내리게 하옵소서. 교회가 고난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실제적인 나눔과 돌봄으로 응답하게 하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에게 성령의 능력을 더하여 주옵소서. 사순절의 복음이 인간의 공로나 자기 수련이 아니라, 우리를 대신하여 시험받으시고 십자가에서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임을 분명히 선포하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는 우리도 자신의 죄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주님의 부르심 앞에 마음을 열며, 한 주간 동안 절제와 사랑과 나눔으로 복음을 살아 내게 하옵소서.

광야에서도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시험받는 자를 능히 도우시는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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