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2월 셋째 주 대표기도문
2월 셋째 주 대표기도문|2027년 2월 21일 사순절 둘째 주일 대표기도문
약속을 세우시고 세대와 시대를 넘어 그 말씀을 이루시는 신실하신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 둘째 주일에 우리의 마음을 십자가 앞에 세우시니 감사합니다. 눈에 보이는 형편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주님의 말씀을 의지하게 하시고, 우리의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선하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하옵소서.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으나 햇빛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굳은 땅 아래에서는 새 생명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모든 변화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듯, 믿음에도 즉시 열매 맺지 않는 계절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너무 빨리 결과를 보려 했고, 지체되는 약속을 실패로 여겼으며, 주님의 때보다 우리의 조급함을 더 믿었습니다. 사순절의 침묵 속에서 우리의 서두름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시간 안에 자신을 맡기게 하옵소서.
아브라함에게 “너는 내 언약을 지키라”고 말씀하시고, 백 세의 사람에게서 약속의 자녀를 기다리게 하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아브라함은 눈앞의 현실만 보면 불가능한 약속 앞에 서 있었지만, 주님은 죽은 것 같은 몸에서 생명을 일으키시고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부르시는 분이셨습니다. 우리도 오래된 기도와 아직 열리지 않은 문 앞에서 낙심하지 않게 하시며, 지연되는 시간이 버림받은 시간이 아님을 믿게 하옵소서.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이스마엘을 만들려 했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한다 하면서도 우리의 계산과 조급함으로 길을 정했고, 믿음보다 통제하려는 욕망을 앞세웠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를 판단했고, 주님이 주신 이름보다 세상이 붙여 준 이름을 더 소중히 여겼습니다. 실패와 나이를 이유로 사명을 포기했으며, 과거의 상처를 현재의 불신앙을 정당화하는 핑계로 삼았습니다.
자비의 하나님, 우리의 불신과 조급함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세상이 정한 성공의 이름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불러 주신 이름 안에서 살아가게 하옵소서.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사래를 사라로 새롭게 부르셨듯이, 우리의 과거와 한계를 넘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사람으로 빚어 주옵소서. 주님께서 주신 약속을 자기 욕망에 이용하지 않게 하시고, 그 약속을 통해 이웃을 살리고 세상을 복되게 하는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우리는 주님을 따르되 손해 보지 않기를 원했고, 십자가 없는 영광과 희생 없는 열매를 구했습니다. 신앙을 통해 자신을 높이고 싶어 했으며, 주님이 원하시는 길보다 사람들이 박수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의 자아가 왕좌에 앉아 있으면서도 주님을 주인이라 불렀던 위선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사순절의 길에서 우리를 새롭게 하옵소서.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이 자신을 미워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보다 앞서려는 자아를 내려놓고 사랑을 위해 자신을 내어 드리는 것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우리에게 맡겨진 가족과 직업과 공동체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게 하시며, 작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진실과 사랑을 선택하게 하옵소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침묵했던 자리에서 바르게 말하게 하시고, 용서받은 자답게 먼저 용서하게 하옵소서.
오늘 우리의 가정과 관계를 돌아보아 주옵소서. 서로의 약점을 이용하여 상처를 주지 않게 하시고, 사랑한다는 말 뒤에 지배와 통제를 숨기지 않게 하옵소서.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형제 사이에 오래된 오해가 있다면 성령께서 부드러운 길을 열어 주시며, 대화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과 시간을 내려놓은 이들의 수고를 기억하시고, 보이지 않는 희생이 외롭지 않도록 위로하여 주옵소서.
진로와 생업의 문제로 마음이 무거운 이들을 붙들어 주옵소서. 오랜 시간 구직하며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끼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시고, 사업의 어려움과 빚의 무게를 감당하는 이들에게 지혜로운 길을 보여 주옵소서. 그러나 형편이 바뀌기 전에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존엄을 잃지 않게 하시고, 소유의 많고 적음이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믿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십자가를 말하면서 자기 보존만을 구하지 않게 하옵소서. 교회의 편의보다 이웃의 필요를 먼저 살피고, 이름을 드러내는 봉사보다 묵묵히 생명을 살리는 섬김을 선택하게 하옵소서. 직분과 경험이 다른 이들을 존중하게 하시며,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사순절의 절제와 나눔이 일시적인 행사가 되지 않고, 교회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게 하옵소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교와 경쟁의 굴레를 거두어 주옵소서. 사람의 가치를 학벌과 재산과 직업으로 평가하지 않게 하시며, 약한 이들이 실패의 책임을 홀로 떠안지 않도록 공의로운 제도를 세워 주옵소서. 젊은 세대가 미래를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노년의 삶이 외롭고 버려진 시간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지도자들에게 정직한 판단과 절제된 권한을 주시며,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책임 있게 일하게 하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에게 십자가의 지혜와 성령의 담대함을 더하여 주옵소서. 자기 부인과 제자도의 길을 분명히 선포하게 하시되, 율법적인 부담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에 사로잡힌 자유로운 순종으로 우리를 이끌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는 우리에게도 결단할 마음을 주셔서, 오늘의 감동을 내일의 삶으로 미루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피하지 않게 하시며, 그 길에서 우리보다 먼저 걸으신 주님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약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