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2월 첫째 주 대표기도문
2월 첫째 주 대표기도문|2027년 2월 7일 주현 후 마지막 주·산상변모주일 대표기도문
영원한 빛 가운데 거하시며, 때가 이르면 그 영광을 세상에 나타내시는 하나님 아버지, 주현 후 마지막 주일이자 산상변모주일을 맞아 주님의 얼굴을 구하며 예배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감추어졌던 그리스도의 영광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시고, 어둠 속을 걷는 우리에게도 믿음의 눈을 열어 주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겨울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산과 들은 여전히 차가운 빛 아래 잠겨 있습니다. 그러나 긴 밤이 영원하지 않듯, 우리의 삶에 드리운 어둠도 끝이 있음을 믿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편이 주님의 약속보다 크게 보이지 않게 하시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가지에서도 다가오는 봄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새롭게 변화되며, 한 해의 계획보다 먼저 하나님의 뜻을 구하게 하옵소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높은 산에 올라 예수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나고 옷이 희어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모세와 엘리야가 주님과 더불어 말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제자들은 땅의 모든 영광이 사라지고 오직 그리스도만 남는 신비를 잠시 경험하였습니다. 우리도 세상의 분주함에 가려진 주님의 영광을 보게 하시고, 사람의 이름과 업적이 아니라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우리는 제자들처럼 산 위에 머물고 싶어 했습니다. 기쁨과 감동이 있는 예배는 사랑하지만, 고난과 섬김이 기다리는 골짜기로 내려가기를 주저했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이 십자가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영광은 원하면서 순종은 피하려 했습니다. 기도할 때에는 하늘의 위로를 구하면서도 삶의 자리에서는 자신의 안전과 편안함만을 붙들었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의 신앙이 체험과 감정에만 머물렀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빛을 보았다고 말하면서도 어두운 세상에서 빛으로 살지 못했고, 말씀을 들었다고 하면서도 고난받는 이웃의 신음에는 귀를 닫았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경건한 모습을 보였으나 가정과 일터에서는 쉽게 분노하고, 가까운 사람을 함부로 대했습니다. 우리의 얼굴과 말과 행동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이 흐려졌음을 고백하오니,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를 씻으시고 다시 주님을 닮게 하옵소서.
하늘에서 들려온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신 말씀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 우리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지 말게 하시고, 불편하고 아픈 말씀이라도 주님의 음성이면 겸손히 받게 하옵소서. 세상의 많은 소리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분별하게 하시며, 우리의 감정과 욕망이 주님의 뜻인 것처럼 착각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사람이 되어,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지혜로운 자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주님, 산 위에서 영광을 보이신 예수님께서 결국 예루살렘을 향하여 내려가셨음을 기억합니다. 영광의 길이 고난을 피하는 길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길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우리가 받은 은혜를 움켜쥐지 말고, 그 은혜를 들고 삶의 골짜기로 내려가게 하옵소서. 병든 이에게 위로를 전하고, 외로운 이의 곁에 앉으며, 억울한 이의 목소리를 들어 주고,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게 하옵소서.
설날 연휴를 맞아 가족들이 오고 가며 만남과 이동이 이어집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가운데 따뜻한 대화가 흐르게 하시고, 묵은 서운함과 상처가 사랑 안에서 풀리게 하옵소서. 고향을 찾는 이들과 먼 길을 오가는 이들의 걸음을 안전하게 지켜 주시며,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좋은 이웃과 따뜻한 손길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가족의 혈연만을 자랑하지 말고, 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진 믿음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아름답게 전하게 하옵소서.
명절의 기쁨 뒤에 가려진 삶의 무게도 돌아보아 주옵소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쉬지 못하는 이들, 관계의 단절로 명절이 오히려 고통스러운 이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빈자리를 마주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가정이 체면을 지키는 장소가 아니라 서로의 연약함을 품는 피난처가 되게 하시며, 주님께서 허락하신 만남을 감사로 여기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산 위의 영광만 말하는 공동체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예배 가운데 주님의 영광을 바라본 만큼 세상의 낮은 자리로 내려가게 하시고, 교회 안에서 받은 위로를 이웃에게 흘려보내게 하옵소서. 어른과 어린이, 오래 믿은 이와 처음 온 이, 건강한 이와 연약한 이가 한 몸을 이루게 하시며, 우리의 사귐 속에서 예수님의 온유함과 거룩함이 드러나게 하옵소서.
다가오는 사순절의 시간을 준비하게 하옵소서. 무엇을 더 얻고 채울 것인가만 생각하지 말고, 주님 앞에서 무엇을 내려놓고 비워야 하는지 살피게 하옵소서. 욕심과 과잉의 삶에서 돌이켜 기도와 절제와 나눔을 배우게 하시며,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신 주님의 발걸음에 우리의 삶을 맞추게 하옵소서. 고난을 두려워하여 신앙을 장식품으로 만들지 않게 하시고, 부활의 소망을 품은 사람답게 현재의 순종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우리 사회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사람의 존엄을 귀하게 여기게 하옵소서. 지도자들에게 정직과 절제를 주시며, 명절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소외된 이들의 삶을 살피게 하옵소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명절을 근심 속에 보내는 가정과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들, 이주와 노동의 자리에서 수고하는 이들을 기억하여 주시고, 교회와 이웃이 그들의 곁을 외면하지 않게 하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시고, 강단에서 인간의 영광이 아니라 변화산에서 나타나신 그리스도의 영광이 선포되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는 우리에게 열린 귀와 깨어 있는 마음을 주셔서, 예배의 감동을 일상의 순종으로 이어 가게 하옵소서. 산에서 내려온 모세의 얼굴에 빛이 머물렀듯이, 우리도 세상으로 돌아갈 때 주님의 빛을 품고 살아가게 하옵소서.
모든 영광의 중심이 되시며, 우리를 산 위의 기쁨에서 골짜기의 사랑으로 보내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