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셋째 주 대표기도문

1월 셋째 주 대표기도문

  • 2027년 1월 17일 주현 후 제2주

말씀으로 천지를 지으시고, 역사의 깊은 침묵 속에서도 자기 백성을 부르시는 하나님 아버지, 1월 셋째 주일 아침 주님의 음성을 사모하며 거룩한 예배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별을 따라온 이들에게 그리스도를 보이시고, 갈릴리의 평범한 사람들을 불러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삼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찾아오시고, 우리가 주님을 알기 전부터 우리의 이름과 걸음을 아시는 은혜를 높여 드립니다.

겨울의 깊은 고요를 지나고 있습니다. 들판은 말이 없고 나무들은 빈 가지로 차가운 바람을 견디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드러나는 결과가 없다고 낙심하지 않게 하시며, 침묵과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영혼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하옵소서. 빨리 이루는 것보다 바르게 자라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의 눈에 보이는 성취보다 하나님 앞에서 익어 가는 믿음을 사모하게 하옵소서.

말씀이 희귀하던 시대에 어린 사무엘을 부르신 하나님, 오늘도 우리 각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계심을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에 마음을 내어 주느라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소식에는 민감하면서 말씀에는 둔하였고, 사람들의 평가에는 흔들리면서 성령의 책망에는 무심했습니다. 주님의 뜻을 묻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정답으로 삼았으며, 기도하면서도 들으려 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것만 말했습니다.

우리의 교만과 영적 무지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엘리의 가르침을 따라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고백했던 사무엘처럼, 마음의 소음을 잠재우고 겸손히 듣게 하옵소서. 말씀을 내 생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며, 말씀 앞에 우리의 욕망과 편견을 내려놓게 하옵소서. 듣기 좋은 약속뿐 아니라 삶을 돌이키게 하는 책망도 달게 받고, 이해한 만큼 순종하며 깨달은 진리를 오늘의 삶으로 옮기게 하옵소서.

주님,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길로 인생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열림과 막힘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이끌려 왔음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우연이라 부른 순간에도 주님의 섭리가 있었고, 실패라 여긴 자리에도 우리를 낮추고 빚으시는 은총이 있었습니다. 새해의 계획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게 하시며,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길보다 주님을 먼저 신뢰하게 하옵소서.

“나를 따르라” 부르신 예수님을 따라 자신이 머물던 자리를 떠난 제자들처럼, 우리도 복음이 요구하는 결단을 미루지 않게 하옵소서. 나다나엘에게 “와서 보라”고 전했던 빌립처럼, 거창한 말보다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정직한 삶을 살게 하옵소서. 주님을 만난 기쁨을 혼자 간직하지 말고, 낙심한 이에게 소망을 건네며 길을 잃은 이에게 복음의 빛을 비추게 하옵소서.

각 사람에게 맡기신 부르심을 깨닫게 하옵소서. 가정에서 사랑과 책임을 다하는 일도, 일터에서 정직하게 수고하는 일도, 병든 가족의 곁을 지키는 일도 주님께서 맡기신 거룩한 소명임을 알게 하옵소서. 이름 없이 교회를 섬기는 손길과 알아주는 이 없이 이웃을 돌보는 수고를 기억하시며, 작은 일에 충성하는 기쁨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높은 자리를 얻는 것보다 맡겨진 자리를 거룩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진로와 삶의 방향을 두고 기도하는 이들을 인도하여 주옵소서. 선택의 갈림길에 선 청년들에게 분별력을 주시고, 취업과 생업의 문 앞에서 오래 기다리는 이들에게 합당한 길을 열어 주옵소서.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며 주저앉은 이들에게 새 힘을 주시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사명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옵소서. 모세를 늦은 나이에 부르시고, 사무엘을 어린 때에 부르신 주님께서 모든 세대를 합당한 때와 자리에서 사용하여 주옵소서.

우리 교회가 세상의 소음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듣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유행하는 방법과 눈앞의 성과에 끌려가지 말며, 기도와 말씀으로 주님의 뜻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직분을 권리가 아니라 부르심으로 받아들이고, 봉사를 자기 의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섬김으로 감당하게 하옵소서.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말하지 못한 아픔까지 헤아리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말이 넘치지만 진실한 대화는 줄어드는 우리 사회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자신의 주장만 외치며 타인의 목소리를 지우는 완고함에서 돌이키게 하시고, 지도자들이 국민의 고통과 현장의 목소리를 겸손히 듣게 하옵소서. 세대와 계층, 지역과 이념의 차이가 혐오의 이유가 되지 않게 하시며, 사실과 양심에 기초한 대화가 회복되게 하옵소서. 교회가 세상의 거친 언어를 되풀이하지 않고 진실을 사랑 안에서 말하며 화해의 길을 여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매서운 추위와 삶의 무게를 함께 견디는 이들을 돌아보아 주옵소서. 난방비와 생계비를 걱정하는 가정, 일거리가 줄어 막막한 노동자와 소상공인, 돌봄의 책임으로 지친 가족에게 필요한 도움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홀로 긴 겨울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좋은 이웃을 붙여 주시고, 우리의 눈을 열어 가까이에 있는 외로움과 가난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기도만 하고 지나치지 않으며, 가진 것을 나누고 곁을 내어 주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시며, 먼저 주님의 음성을 듣고 받은 말씀을 두려움 없이 선포하게 하옵소서.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십자가의 복음이 드러나고, 상한 심령은 위로를 받으며 완고한 마음은 회개하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는 우리에게도 겸손과 분별력을 주셔서, 익숙한 말씀을 새롭게 듣고 아는 진리를 순종으로 완성하게 하옵소서.

우리의 귀를 열어 말씀을 듣게 하시고, 우리의 발을 일으켜 부르심을 따르게 하시며, 우리의 삶으로 그리스도를 나타내게 하옵소서. 우리를 먼저 찾아오셔서 제자로 불러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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