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넷째 주 대표기도문|2027년 2월
2월 넷째 주 대표기도문|2027년 2월 28일 사순절 셋째 주일·3·1절 기념주일 대표기도문
역사의 주인이시며 억눌린 자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 셋째 주일이자 3·1절 기념주일에 우리의 신앙과 역사를 함께 돌아보며 주님 앞에 섭니다. 겨울의 찬 기운이 아직 남아 있지만 남녘의 들판에서 봄의 기척이 올라오듯, 어둠 속에서도 정의와 자유의 씨앗을 심으시고 마침내 새 길을 열어 오신 주님의 섭리를 찬양합니다.
이스라엘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모세를 부르셔서 종 되었던 백성을 이끌어 내신 하나님, 우리 민족의 고난과 눈물을 외면하지 않으셨음을 믿습니다. 억압과 두려움 속에서도 자유와 정의를 외쳤던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게 하시고, 1919년 3월 1일 한마음으로 독립을 선언했던 그날의 용기와 평화의 뜻을 오늘 우리의 삶 속에 새롭게 새겨 주옵소서.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민족을 미워하는 일이 아니며,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자기 욕망대로 사는 방종이 아니라 이웃의 자유와 존엄을 함께 지키는 책임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우리의 죄를 잊지 않게 하옵소서. 나라의 아픔을 말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했고, 자유를 외치면서 약한 이의 권리를 빼앗았으며, 정의를 주장하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편의만을 구했습니다. 민족의 이름을 높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차별했고, 신앙의 이름으로 증오와 배제를 정당화했습니다. 선열들의 희생을 기념하면서도 오늘의 불의 앞에서는 침묵했으며, 타인의 고통을 먼 이야기처럼 바라보았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역사를 장식하는 기념일로만 소비하지 말고, 그날의 정신을 오늘의 삶으로 이어 가게 하옵소서. 거짓을 거짓이라 말할 용기와, 자신이 틀렸을 때 돌이킬 겸손을 주시며, 힘 있는 사람의 편에 서기보다 억울한 이의 곁에 서게 하옵소서. 과거의 상처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게 하시고, 기억하되 복수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용서하되 진실을 지우지 않는 성숙한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주시며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고, 우상을 만들지 말며,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과 거짓과 탐욕을 멀리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주님께서 주신 계명은 인간을 억누르는 굴레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거룩한 질서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돈과 권력과 성공을 우상으로 섬겼고, 국가와 이념과 집단의 이름을 하나님보다 높였습니다. 주님만 섬긴다고 하면서도 세상의 힘이 우리를 지켜 줄 것처럼 의지했습니다.
사순절의 길에서 우리의 마음에 세워진 우상을 허물어 주옵소서. 성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내쫓으시며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고 하신 주님, 우리의 예배가 이익과 과시의 공간으로 변하지 않게 하옵소서. 교회의 이름과 신앙의 언어를 이용하여 자신의 명예를 세우지 않게 하시고, 예배당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삶이 성령께서 거하시는 성전임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마음속 탐욕의 상인들을 몰아내시고, 기도와 정직과 사랑이 머무는 거룩한 성전으로 우리를 회복하여 주옵소서.
3·1절을 맞아 우리나라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흘린 피가 헛되지 않게 하시고,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지도자들에게 권력의 한계를 아는 지혜를 주시며, 자신을 위한 명예보다 국민을 위한 책임을 먼저 생각하게 하옵소서. 법과 제도가 힘 있는 사람의 방패가 되지 않게 하시고, 가난한 이와 장애인, 이주민과 소외된 이들의 삶을 보호하는 공의로운 질서를 세워 주옵소서.
분열과 혐오의 말이 거리와 온라인 공간을 가득 채우지 않게 하시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폭력과 조롱이 아니라 대화와 절제로 마주하게 하옵소서. 남과 북이 증오와 두려움의 역사를 넘어 평화의 길을 찾게 하시며, 주변 나라들과도 정직하고 지혜로운 관계를 맺게 하옵소서. 전쟁과 박해로 고향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여 주시고, 이 땅에서 평화를 누리는 우리가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민족의 아픔을 기억하는 교회가 되게 하시되, 국수주의와 배타성에 빠지지 않게 하옵소서. 선열들이 보여 준 용기와 희생을 본받아 거짓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게 하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처럼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게 하옵소서. 교회가 어느 편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곳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상처를 싸매며 화해의 길을 여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사순절을 지나는 성도들의 삶을 붙들어 주옵소서. 회개해야 할 죄를 미루지 않게 하시고, 용서해야 할 사람을 마음에 가두어 두지 않게 하옵소서.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 관계의 단절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보내 주시며, 교회와 이웃이 그들의 짐을 함께 지게 하옵소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았던 이들을 기억하듯, 오늘도 이름 없이 가족과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의 수고를 위로하여 주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성령의 능력으로 붙들어 주옵소서. 십자가의 복음이 민족과 시대의 모든 우상보다 높이 선포되게 하시며, 회개와 거룩함, 정의와 사랑의 길을 분명히 보여 주옵소서. 말씀을 듣는 우리도 감동에 머물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정직과 책임을 실천하게 하옵소서. 우리의 가정과 일터와 사회가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드러내는 작은 성전이 되게 하옵소서.
자유를 주시되 사랑으로 섬기게 하시고, 역사를 기억하게 하되 복음 안에서 화해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