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넷째 주일 대표기도문

2026년 6월 넷째 주일 대표기도문

거룩하시고 영원하신 하나님 아버지,
시간의 강물 위에 저희의 하루를 띄워 보내시고, 다시 주일의 거룩한 포구로 불러 모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한 주간 세상의 소음 속을 걸어온 저희가 오늘 주님의 성전에서 영혼의 신발을 벗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우리의 생명은 스스로 빛나는 등불이 아니라 주께서 기름 부어 주셔야 타오르는 작은 심지임을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붙들며 살았으나, 정작 보이지 않는 은혜가 저희를 붙들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밥상 위의 양식, 새벽을 여는 숨결, 가족의 무심한 안부, 무너질 듯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은 하루,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조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섭리의 흔적이었습니다. 오늘 이 예배가 익숙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잊고 살았던 은혜의 문법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자비로우신 하나님,
저희의 죄를 고백합니다. 저희는 너무 자주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하나님 없이 판단했고, 기도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려놓았습니다. 말씀보다 감정을 앞세웠고, 진리보다 분위기에 흔들렸으며, 사랑보다 자존심을 지키려 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때로 경건의 옷을 입었으나 속은 계산으로 가득했고, 우리의 말은 은혜를 말했으나 마음은 쉽게 남을 정죄했습니다.

주님, 우리의 영혼에 묻은 오래된 먼지를 털어 주옵소서. 십자가의 보혈로 씻어 주시고, 성령의 바람으로 굳어진 마음을 흔들어 주옵소서. 회개가 말의 장식이 되지 않게 하시고, 눈물이 순간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게 하시며, 돌이킴이 삶의 방향이 되게 하옵소서. 죄를 가볍게 여기는 시대 속에서 죄의 무게를 알게 하시고, 은혜를 값싸게 소비하는 시대 속에서 은혜의 거룩한 값을 알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6월의 마지막 주일을 지나며 이 나라와 민족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 자유와 평화가 저절로 피어난 꽃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와 눈물 위에서 피어난 무거운 꽃임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수고가 망각의 창고에 방치되지 않게 하시고, 다음 세대가 역사를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로 배우게 하옵소서.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주옵소서. 권력이 자기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되지 않게 하시고, 백성을 섬기는 무릎이 되게 하옵소서. 말은 많으나 진실이 가벼운 시대입니다. 주장들은 넘치나 지혜는 메마른 시대입니다. 주님, 이 나라의 광장과 의회와 법정과 언론과 학교와 가정 위에 공의의 빛을 비추어 주옵소서. 분열의 말이 줄어들고, 책임의 말이 깊어지게 하옵소서.

주님, 한국교회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교회가 세상의 박수에 민감하고 하나님의 탄식에는 둔감한 공동체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예배당의 불은 켜져 있으나 영혼의 등불은 꺼져 있는 비극을 겪지 않게 하시고, 프로그램은 많으나 십자가의 중심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작아 보여도 진실한 교회 되게 하시고, 부족해 보여도 복음의 능력을 붙드는 교회 되게 하옵소서.

담임목사님과 교역자들에게 말씀의 깊이와 기도의 무게를 더하여 주옵소서. 설교가 지식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외침이 되게 하옵소서. 장로님들과 모든 직분자들에게 충성의 마음을 주시고, 이름 없이 섬기는 손길들 위에 하늘의 위로를 부어 주옵소서. 교회학교와 청년부와 각 기관마다 믿음의 뿌리가 깊어지게 하시고, 다음 세대가 세상의 파도 앞에서 떠밀려가는 나뭇잎이 아니라 말씀 위에 선 나무가 되게 하옵소서.

사랑의 주님,
무더위가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지친 성도들의 몸과 마음을 붙들어 주옵소서. 병상에 있는 이들에게는 치료의 손길을, 홀로 견디는 이들에게는 위로의 음성을,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 있는 가정에는 일용할 양식과 다시 일어설 힘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으로는 무너지는 이들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말하지 못한 눈물, 설명하지 못한 한숨,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한 상처까지 주님의 품 안에서 새롭게 되게 하옵소서.

오늘 드리는 예배를 받아 주옵소서. 찬송이 하늘로 올라가는 향이 되게 하시고, 기도가 하나님의 뜻 앞에 무릎 꿇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는 모든 심령이 자기 생각의 성을 내려놓고 주님의 음성 앞에 겸손히 서게 하옵소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단지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품고 세상으로 파송되는 거룩한 걸음이 되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남은 날들이 길어서 귀한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 있기에 귀한 줄 믿습니다. 저희의 생이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주님의 손에 붙들린다면 충분히 복된 인생임을 믿습니다. 6월의 끝자락에서 다시 고백합니다. 우리의 처음도 주님께 있고, 우리의 마지막도 주님께 있습니다. 그러므로 흔들리는 세상 가운데서도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보이지 않는 나라를 바라보며 오늘의 순종을 기쁘게 감당하게 하옵소서.

이 모든 말씀을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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