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둘째주 주일 대표기도문
2027년 1월 10일 대표기도문
- 주현 후 제1주·주님의 세례주일 대표기도문
빛으로 어둠을 가르시고,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어 감추어진 구원의 영광을 나타내신 하나님 아버지, 주현 후 첫째 주일이며 주님의 세례를 기억하는 거룩한 날에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만물이 얼어붙은 한겨울에도 생명의 질서를 멈추지 않으시며,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새 일을 이루어 가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요단강 물가에 서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죄가 없으신 주님께서 죄인들이 서 있는 자리로 내려오셨고, 회개할 것이 없으신 거룩한 아들께서 회개의 물결 속에 몸을 맡기셨습니다. 높은 보좌를 버리고 낮은 곳으로 오셨으며, 우리를 멀리서 부르지 않으시고 우리의 수치와 슬픔 한가운데로 들어오신 그 사랑을 경배합니다.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께서 임하셨으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신 아버지의 음성이 울려 퍼졌듯이, 오늘 우리의 닫힌 마음에도 하늘의 문을 열어 주시고 그리스도의 영광을 밝히 보게 하옵소서.
거룩하신 하나님,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도 세상의 가치에 더 깊이 잠겨 살았던 우리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리스도와 연합한 백성이라 하면서 옛사람의 욕망을 붙들었고, 하나님의 자녀라 고백하면서 사람의 인정과 세상의 평가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입술로는 주님을 따른다 하면서 손해 없는 순종만을 골랐으며, 낮은 곳으로 향하신 예수님의 길보다 높아지는 길을 좋아했습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이웃의 허물에는 엄격했고, 진리를 말한다는 명분 아래 사랑을 잃었으며, 신앙의 이름을 지키면서도 그리스도의 성품은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로 정결하게 씻으시고, 죽음에서 일으키신 부활의 생명으로 새롭게 하옵소서. 물로 씻는 외적 표지만이 아니라 성령으로 마음을 새롭게 하셔서, 죄에 대하여 죽고 하나님을 향하여 살아가는 백성이 되게 하옵소서. 어제의 습관을 새해의 계획으로 포장하지 않게 하시며, 생각과 언어와 관계와 선택이 실제로 변화되는 참된 회개의 열매를 맺게 하옵소서.
주님, 인간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하지만, 사람의 평가는 아침 안개처럼 흔들리고 세상의 칭찬은 겨울 햇살처럼 짧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기 때문에 존귀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여졌기에 존귀함을 믿게 하옵소서. 성공한 날에도 교만하지 않고 실패한 날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 안에서 참된 정체성과 평안을 누리게 하옵소서.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안락한 위로로만 간직하지 않게 하시고, 사랑받는 자녀답게 세상 속으로 보냄 받은 사명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와 갈릴리로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예배당 안의 고백을 삶의 자리에서 증명하게 하옵소서.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되 미움으로 싸우지 않으며, 진리를 양보하지 않되 상한 영혼을 함부로 정죄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의 말보다 정직한 생활이, 지식보다 따뜻한 손길이, 명분보다 희생적인 사랑이 복음을 드러내게 하옵소서.
새해의 두 번째 주간을 시작하는 성도들의 걸음을 인도하여 주옵소서. 새롭게 세운 계획이 벌써 흔들리는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시고, 진로와 취업을 기다리는 청년들에게 합당한 길을 열어 주옵소서. 차가운 날씨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생업의 무게를 감당하는 소상공인들을 지켜 주시며, 치료가 길어져 지친 환자와 곁에서 돌보는 가족에게 몸과 마음의 새 힘을 더하여 주옵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슬픔을 품은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시고, 얼어붙은 땅속에서 봄을 준비하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세례받은 공동체의 거룩한 책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교회의 이름을 세상에 높이는 일보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바르게 드러내게 하시며, 깨끗한 교회를 말하면서 상처 입은 사람을 밀어내지 않게 하옵소서.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회개하는 죄인을 품고, 세대와 형편이 다른 이들이 한 성령 안에서 서로를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이게 하옵소서.
우리의 자녀들과 다음 세대를 특별히 붙들어 주옵소서. 성적과 직업과 소유가 그들의 이름을 결정하지 않게 하시고,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고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게 하옵소서. 세상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진리를 분별하며, 경쟁에서 앞서는 것보다 선한 이웃이 되는 삶을 귀하게 여기게 하옵소서. 부모와 교사들이 말로만 믿음을 가르치지 않고, 용서하고 섬기며 약속을 지키는 삶으로 복음을 보여 주게 하옵소서.
분열과 불신이 깊어진 우리 사회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거친 언어를 거두어 주시고, 지도자들이 권한을 자신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책임으로 받아들이게 하옵소서. 법과 정의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게 하시며, 약한 이들의 목소리가 힘의 논리에 묻히지 않게 하옵소서. 교회가 어느 편의 분노를 되풀이하기보다 진실과 화해를 이루는 하나님 나라의 표지가 되게 하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성령의 능력으로 붙들어 주옵소서.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말이나 지식을 자랑하는 언어가 아니라, 죄인을 찾아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선명히 선포되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셔서 숨겨 둔 죄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새사람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찬양과 봉헌과 모든 섬김을 기쁘게 받아 주시며, 이 예배를 통하여 우리의 이름은 낮아지고 오직 성부와 성자와 성령 하나님의 영광만 높아지게 하옵소서.
우리를 죄에서 씻으시고 하나님의 자녀로 불러 주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