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별 설교] 사사기 21장 묵상과 강해
하나님 없는 정의는 슬픔만 남깁니다
사사기 21장은 사사기의 마지막 장이자,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깊은 영적 혼란을 보여주는 절정입니다. 하나님 없는 시대, 인간의 정의로 시작한 전쟁은 결국 파멸과 슬픔만을 남기게 됩니다. 어버이 주일에 이 본문을 묵상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진정한 회복이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 됩니다. 부모된 우리가 자녀와 가정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를 말씀 앞에서 다시 묻고 답을 얻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정의의 열매는 회개 없는 슬픔이었습니다
사사기 21장은 1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맹세로 시작됩니다. “우리가 딸을 베냐민 사람에게 아내로 주지 아니하리라.” 이것은 앞선 전쟁의 연장선에서 베냐민 지파에 대해 내린 ‘의로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더 큰 슬픔과 모순이었습니다. “백성이 벧엘에 이르러 하나님의 앞에서 저녁까지 앉아서 크게 소리내어 울며”(2절),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통곡합니다.
그들이 울었다는 사실은 슬픔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울음이 회개의 울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히브리어로 ‘울다’는 단어 ‘바카’(בָּכָה)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지, 반드시 회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울음은 자신들의 결정이 낳은 파괴에 대한 후회였지, 하나님 앞에서의 죄에 대한 철저한 회개는 아니었습니다.
가정에서도 때때로 우리는 자녀를 향해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이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옳은’ 판단이라도 결국 아픔을 남기게 됩니다. 이스라엘의 결정은 정의로 시작했지만, 회개 없이 이루어진 정의는 슬픔이라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부모의 기준이 하나님 말씀보다 앞설 때, 자녀는 혼란을 겪고 가정은 조화 대신 갈등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해결책, 왜곡된 사랑과 타협의 결혼
베냐민 지파의 남자들이 거의 멸절되었을 때, 이스라엘은 그 지파를 살려야 한다는 새로운 위기의식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택한 방법은 하나님의 뜻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지혜와 타협이었습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쳐서 그곳의 처녀 400명을 끌고 와 베냐민 사람들에게 주는 장면이 12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인신매매적 행위였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사라진 자리에서, 인간의 타협은 생명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흘러갔습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실로의 춤추는 처녀들을 보고 그들을 납치하도록 묵인합니다(21절). 부모 없는 시대, 말씀 없는 시대, 자녀는 사랑받는 대상이 아니라 수단과 도구로 전락해버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녀를 위해 헌신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헌신이 하나님의 방식이 아니라 세상의 논리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참된 사랑이 아니라 왜곡된 보호일 수 있습니다. 자녀가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는지를 두고 부모가 개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기준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라면, 결과는 본문의 실로의 소녀들처럼 고통과 억압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기도할 뿐, 그들의 인생을 대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도는 간섭이 아닌, 위탁이며 중보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 울리는 마지막 절망
사사기 21장 마지막 절은 사사기 전체를 요약하는 구절입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25절). 이 한 구절이 사사기의 모든 혼란, 모든 비극, 모든 불순종을 집약해 보여줍니다. 왕이 없다는 것은 단지 정치적 공백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영적 반역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았고, 자기 눈에 옳은 것을 따랐습니다.
여기서 ‘자기 소견’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에네이헴’(עֵינֵיהֶם)으로, 말 그대로 ‘자기 눈’입니다. 하나님의 눈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판단하고 결정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삶의 결과가 바로 21장의 슬픔이며, 사사기의 붕괴입니다.
가정이 하나님을 잃으면, 자녀는 결국 세상 기준으로 판단받게 됩니다. 부모가 신앙 없이 자녀를 키우면, 자녀는 말씀 없이 세상을 판단하게 됩니다. 어버이 주일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단순한 가족애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 통치 아래서의 가정’입니다. 하나님의 왕 되심을 가정의 질서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부모는 자녀를 바르게 사랑할 수 있고, 자녀는 거룩한 질서 안에서 자랄 수 있습니다.
결론: 사랑도, 정의도 말씀 위에 다시 세워야 합니다
사사기 21장은 인간의 정의가 얼마나 쉽게 폭력과 왜곡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자녀를 위한다고 하지만, 말씀 없이 행하면 사랑도 억압이 되고, 정의도 복수가 됩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할 때 말씀으로 그 사랑을 규정해야 합니다. 눈물로 자녀를 위해 기도하되, 그 기도는 반드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드려져야 합니다.
오늘 어버이 주일에 하나님께 다시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 가정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습니까? 내 사랑은 말씀 위에 서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 솔직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무너진 가정의 회복을 볼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믿음입니다. 그 믿음은 말씀과 기도, 그리고 부모의 눈물로 물든 실제 삶 속에서 전해집니다.
사사기의 마지막은 절망으로 끝나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사기의 어둠은 곧 사무엘서의 새 빛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무너진 시대에도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 가정이 그 은혜의 통로가 되길 바랍니다. 말씀으로 자녀를 세우고, 기도로 가정을 지키며,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우리 가정 가운데 살아있는 오늘이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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