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별 설교] 사사기 20장 묵상과 강해
이스라엘 지파의 내전
사사기 20장은 사사기 19장에서 발생한 레위인 첩의 끔찍한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이스라엘 지파 간의 내전 이야기입니다. 외형적으로는 정의를 위한 싸움이었지만, 그 속에는 말씀 없는 분노, 자기 의에 사로잡힌 열심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어버이 주일에 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 가정 안의 정의와 거룩이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함께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단지 옳은 분노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임을 본문은 말해줍니다.
정의를 외치지만 하나님은 멀리한 백성
본문은 “온 이스라엘 자손이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와 길르앗 땅에서 나와서 미스바에 모였으니 여호와 앞에 한 마음으로 모인 백성이 사십만 명이었더라”(1절)로 시작합니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는 이스라엘 전역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마치 전 민족이 하나 되어 정의를 위해 일어난 듯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호와 앞에’라는 말이 실제로 그들의 내면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은 레위인의 말을 듣고, 베냐민 지파에게 범죄자를 넘기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베냐민은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싸울 준비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정의를 주장하는 쪽과 그 정의를 거부하는 쪽이 모두 하나님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들 모두가 자기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왕이 없던 시대’라는 사사기의 반복된 진술처럼, 이들은 하나님의 뜻보다 인간의 감정과 명분에 이끌리고 있었습니다.
분노는 정의의 불꽃처럼 타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없는 분노는 쉽게 복수로 흐릅니다. 부모의 자리에서, 자녀를 잘못되었다고 책망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망이 기도 없는 분노라면, 그것은 오히려 자녀를 상처 입히고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기준 없이 분노하는 가정은, 결국 말씀 없는 정의를 외치는 이스라엘처럼 자기 의에 사로잡힐 뿐입니다.
반복된 실패 속에서도 드러나는 하나님의 주권
이스라엘은 베냐민 지파와 전쟁을 선포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하나님께 묻고 나아갔음에도 처음과 두 번째 전투에서 연달아 참패했다는 것입니다. 18절에서는 “이스라엘 자손이 일어나 벧엘에 올라가서 하나님께 여쭈어 이르되 우리 중에 누가 먼저 올라가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 하니”라고 되어 있고, 23절에서도 하나님께 묻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들에게 연이어 패배를 허락하십니다.
이 질문들은 겉으로는 하나님께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계획을 세워놓고 하나님의 도장을 찍으려는 태도였습니다. 본문의 흐름을 보면 이스라엘은 진정으로 회개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듣고자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의분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히브리어로 ‘샤알’(שָׁאַל), 즉 ‘묻다’는 행위가 진정한 청종의 마음 없이 형식적으로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하나님은 그 실패를 통해 이스라엘로 하여금 그들의 마음을 드러내게 하십니다. 참된 회개 없이는 정의도 승리도 주시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오히려 고난 속에서 그 백성을 다듬으십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바로잡고자 할 때, 말씀 앞에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고통을 통해 우리를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방식은 때로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선을 이루시는 방향으로 인도하십니다.
통곡과 금식 후에야 드러난 하나님의 응답
결국 26절에 이르러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 앞에 나아가 “금식하며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며 통곡”합니다. 그제야 하나님은 응답하십니다. “내일은 그를 네 손에 넘겨주리라”(28절). 여기에 이르러서야 이스라엘은 단순히 이기기 위한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엎드리는 겸손의 자리에 섭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금식’(히브리어 ‘צום’, 쏨)과 ‘번제’(‘עֹלָה’, 올라), ‘화목제’(‘שֶׁלֶם’, 셀렘)를 드렸다는 점입니다. 단지 묻기만 했던 그들이 이제는 진정으로 예배합니다. 이때 하나님은 승리를 약속하시고, 그들의 싸움이 더 이상 자기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도록 인도하십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꾸짖고, 인도하고, 훈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이 예배의 자리, 기도의 자리, 금식의 자리를 거치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을 구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예배를 통해 부모의 심령을 먼저 다듬으십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자녀를 온전히 사랑하고 인도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십니다.
결론
사사기 20장은 충격적인 내전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 없이 자기 의를 앞세운 이스라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의를 외쳤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이 없었습니다. 결국 승리는 단지 전쟁의 결과가 아니라, 예배의 회복 속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어버이 주일에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자녀를 향해 옳은 분노를 품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뜻 안에서 그들을 품고 있는가? 말씀 없는 분노는 언제든지 폭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씀 앞에 엎드리는 부모는 비록 실패를 경험해도, 결국 자녀와 함께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정의 정의는 말씀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가정의 질서는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온전히 형성됩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다시 자녀를 향한 거룩한 책임을 고백하는 어버이 주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의도 사랑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을 때 온전합니다. 말씀 앞에 서는 부모, 기도 안에 자녀를 품는 가정,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복된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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