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별 설교] 사사기 17장 묵상과 강해
하나님 없이 부모 노릇할 수 없습니다 – 미가의 가정에서 배우는 신앙의 본질
사사기 17장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영적 혼란이 깊이 스며든 시대의 한 가정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버이 주일에 이 본문을 묵상할 때, 우리는 신앙의 전수와 부모의 영적 책임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 없이 세워진 신앙은 아무리 정성스러워 보여도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가의 집에서 벌어진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오늘 우리 가정의 신앙을 점검하게 됩니다.
신앙의 가장자리에서 머무는 가정
사사기 17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에브라임 산지에 미가라 이름하는 사람이 있더니”(1절). 이름 없는 왕도, 선지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 가정, 한 개인의 이야기가 성경 한 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본문은 거대한 국가적 이야기보다 더 깊은 내면의 문제, 즉 ‘가정의 신앙’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가는 어머니의 은 천백을 도둑질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그 도둑이 바로 자기 아들이었음을 알고도 그를 책망하거나 징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아들이 여호와께 복 받기를 원하노라”(2절)고 축복합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신앙의 혼란은 단지 도덕적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호와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은 외면하는 위선적 신앙이 드러납니다. “복 받기를 원하노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바룩’(בָּרוּךְ)이며, 본래 하나님이 주시는 진정한 은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축복이 회개 없이 선언될 때, 그것은 공허한 종교적 언어가 됩니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잘됨’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위에 있지 않다면, 그것은 단지 세속적 성공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은을 다시 제련하여 신상을 만들고, 그것을 여호와께 바쳤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신상은 하나님이 금하신 우상입니다. 그릇된 열심은 결코 참된 경건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부모의 신앙이 단지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봅니다. 말씀과 진리가 없는 열정은 자녀를 우상숭배로 이끌 수 있습니다.
사제(司祭)를 가정에 두고자 했던 미가의 왜곡된 경건
미가는 집에 신당을 짓고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어 자신의 아들을 제사장으로 세웁니다(5절). 에봇은 본래 하나님께서 대제사장에게만 입히신 거룩한 제복이었고, 드라빔은 고대 근동에서 가정의 수호신으로 여겨졌던 작은 우상입니다. 이런 것들이 혼합되어 미가의 집에서 ‘종교’처럼 기능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단을 두고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고 자기 아들 하나를 세워 제사장 삼았더라”(5절)는 구절에서 ‘제사장 삼다’는 히브리어 ‘말레 야드’(מִלֵּא יָד)는 본래 하나님께서 정하신 제사장직의 안수를 뜻합니다. 하지만 미가는 이 거룩한 행위를 자의적으로,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신앙이 가정 안에 존재하긴 했지만, 그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과는 동떨어진 모양뿐인 경건이었습니다.
자녀에게 믿음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형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예배당을 다니게 하고, 종교적 언어를 쓰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신앙교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도 ‘미가의 집’처럼, 외적인 종교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자녀 신앙을 키운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부모가 먼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철저히 서는 데서 출발합니다.
진리 없는 열정이 낳은 슬픈 결말
미가의 집에는 어느 날 한 레위 청년이 찾아옵니다. 그는 유다 베들레헴 출신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거할 곳을 찾으러 가노라”(8절) 말합니다. 레위인은 본래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로, 제사장 가문을 섬기며 말씀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레위 청년은 영적 소명의식보다는 생계와 안정을 위해 떠돌고 있었습니다.
미가는 그를 보고 기뻐합니다. “내 집에 거하라, 너를 나의 제사장과 가장으로 삼으리라... 내가 해마다 은 열 개와 의복 한 벌과 먹을 것을 주리라”(10절). 그는 이 젊은 레위인을 돈을 주고 사서 자신의 제사장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제 여호와께서 내게 복 주실 줄을 아노라”(13절). 이 말은 놀라운 자기기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제사장을 사적으로 임명하면서도 하나님이 복 주실 것이라고 믿는 이 신앙은 하나님 없이 신앙생활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도구로 삼아 자녀의 형통을 바란다면, 그것은 가장 위험한 신앙입니다. 신앙이 복을 위한 수단이 될 때, 자녀는 하나님을 ‘이용하는 존재’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기도하지만, 그 기도가 ‘하나님과 동행하게 해달라’는 기도인지, 아니면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결론
사사기 17장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가정의 기이한 신앙생활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고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6절)는 반복되는 문장은 이 시대의 영적 혼란과 무질서를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하나님 없이 왕 없는 삶, 자기 판단에 따라 행하는 종교는 결국 멸망으로 이어집니다.
어버이 주일에 우리가 이 본문을 읽는 것은 단지 자녀를 훈계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부모인 우리가 먼저, 참된 믿음의 자리를 회복하자는 간절한 부름입니다. 자녀에게 좋은 것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물려주어야 할 가장 귀한 유산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입니다. 그것은 말씀 앞에 순종하며, 복을 도구로 삼지 않는 경건이며, 무엇보다 하나님 중심의 질서 있는 가정입니다.
미가의 어머니처럼 열심은 있으나 진리가 없고, 미가처럼 종교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인 신앙은 결국 자녀를 영적 혼란 속에 빠뜨립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가정의 신앙을 점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녀의 삶 속에 하나님이 실제로 주인 되시는 가정, 부모의 기도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복된 통로가 되는 가정,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의 전수입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아, 우리 모두가 다시 하나님의 질서로 돌아가는 가정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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