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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주일 설교, 에베소서 6:4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테필라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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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품, 하나님의 품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4)

어버이 주일을 맞아 우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그중에서도 특별히 아버지의 영적 책임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에베소서 6장 4절은 신약 성경 속에서 부모의 역할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말씀 중 하나입니다. 본문은 단순한 양육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부모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 아래에서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며, 우리 각자의 가정이 하나님 나라의 모형으로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1.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

본문은 먼저 경계의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라는 명령입니다. 여기서 ‘노엽게 하다’는 헬라어로 parorgizete(παροργίζετε)인데, 이는 반복적으로 자극하거나 도발하여 분노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녀의 감정을 건드리는 수준을 넘어서, 부모의 권위가 자녀에게 억압적이고 불공정하게 작용할 때 생기는 내면의 분노와 상처를 말합니다.

바울은 아버지들에게 먼저 이 경고를 던집니다. 당시 로마 사회에서는 가부장 중심의 권위가 매우 강했고, 자녀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권이 아버지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그런 문화적 관행을 뛰어넘어, 사랑과 인내의 관계로 자녀를 대하라고 명령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권위가 곧 책임이고, 권력이 곧 섬김이어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를 통해 하나님을 배웁니다. 만약 부모의 모습이 분노와 억압, 일관성 없는 태도로 가득하다면, 자녀는 하나님도 그렇게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아이들을 덜 혼내라는 말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의 부모상을 회복하라는 말씀입니다. 진심 어린 존중, 경청, 공감, 그리고 일관된 신앙의 모범이 자녀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2.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이어서 바울은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양육하다’는 말은 헬라어로 ektrephete(ἐκτρέφετε)인데, 이는 ‘지속적으로 먹여 기르다’는 뜻으로, 물리적인 공급뿐 아니라 정서적·영적 양육까지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훈계나 명령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 인격적인 양육을 의미합니다.

‘주의 교훈’은 헬라어로 paideia(παιδεία), 곧 인격 형성과 관련된 교육입니다. ‘주의 훈계’는 nouthesia(νουθεσία)로, 경고와 권면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의 삶을 배우게 하는 총체적인 훈련을 의미합니다. 결국, 부모는 자녀에게 하나님을 경험하게 해야 하며, 그들의 인생 속에 하나님의 뜻을 심어주는 사명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훈과 훈계는 말씀 중심이어야 하며, 성령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가정은 교회보다 더 먼저 자녀가 말씀을 듣고 기도를 배우는 장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강력한 말씀의 교사이며, 삶으로 말씀을 가르쳐야 할 사명을 지닌 존재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행동에서 진리의 빛을 발견하게 될 때, 그들의 신앙은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3. 부모의 권위와 복음의 방식

우리는 이 말씀에서, 복음이 가정 안의 권위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권위는 힘으로 통제하지만, 복음의 권위는 사랑과 섬김으로 세워집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20장에서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고 하신 것처럼, 부모의 권위는 자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통해 드러나야 합니다.

어버이 주일은 자녀들이 부모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가 자녀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어떻게 흘려보낼지를 점검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부모로서 때때로 권위에만 집중하고, 양육의 방향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말합니다. 자녀를 억누르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격적으로 길러내라고 말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가정의 역할을 격려하고 세워야 합니다. 부모가 지쳐 있을 때 힘이 되어주고, 자녀를 양육하는 일이 얼마나 거룩한 사명인지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합니다. 교회 교육과 가정 양육은 함께 가야 하며, 가정이 무너지면 교회도 흔들리게 됩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바쁜 삶 속에서 자녀와의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경제적 지원만으로 양육의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녀는 부모의 손보다 마음을 원하고, 말보다 삶의 본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부모의 모습을 통해 자녀에게 복음을 심고, 세대를 이어가기를 원하십니다.

 

결론: 하나님 아버지의 품 안에서 부모 됨을 다시 배우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에베소서 6장 4절은 단지 부모를 향한 도덕적 충고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가정을 어떻게 세워가야 하는지에 대한 복음적 제안이며 명령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인격과 믿음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다리이며, 그들의 삶에 가장 먼저 복음을 새기는 복된 도구입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아 우리는 감사와 축복을 나눌 뿐 아니라, 가정 안에서의 신앙의 책임을 다시 붙들어야 합니다.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고,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한다는 것은 단지 방법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그 방향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향하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에게도 인내하시고 사랑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의 품에서 우리도 다시 부모 됨을 배우고, 자녀를 품는 그 마음으로 가정을 세워 나갑시다. 우리 모두의 가정이 하나님의 복음이 살아 숨 쉬는 삶의 교회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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