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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주일 설교, 대적을 침묵하게 하는 아이의 찬양

테필라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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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하나님의 찬양

“주께서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을 통하여 권능을 세우심은 주의 대적들로 말미암아 이를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시편 8:2)

어린이 주일을 맞아 오늘 우리는 시편 8편 2절 말씀을 중심으로, 하나님께서 얼마나 놀라운 방식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내시는지를 함께 묵상하려 합니다. 세상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우리가 회복해야 할 믿음의 태도와 교회의 사명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아름다운 시적 표현이 아니라, 신학적이고 실천적인 무게를 가진 하나님의 계시입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이루는 방식에서 인간의 예상을 넘어서는 길을 택하십니다.

1. 시편의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 중심의 찬양

시편 8편은 다윗의 시로, 창조 세계의 장엄함과 그 안에서 인간에게 부여된 가치와 사명을 노래합니다. 이 시는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선언으로 시작하고 같은 말로 마무리되며, 이는 시 전체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구조로 짜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반복은 하나님의 이름, 곧 그분의 성품과 사역이 이 시의 중심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 가운데 2절은 겉보기에 중심 주제와 동떨어진 듯 보이는 표현으로 등장하지만, 실상은 시편 8편의 핵심 신학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며, 그 전능하심을 나타내는 방식이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릅니다.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을 통해 하나님의 ‘권능’을 세우신다는 선언은, 하나님의 방식이 인간의 방식과 얼마나 다른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히브리어 ‘oz(עֹז)’는 단순한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 능력, 불가항력적인 권위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를 ‘세우다’는 표현으로 번역된 yasad(יָסַד)은 기반을 놓는 행위,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는 강한 무력이 아니라, 약하고 순전한 입술을 통해 그 기초가 놓이고 견고하게 세워진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우리는 이 말씀에서 발견합니다. 이것은 예언자들이 강조했던 '겸손한 자를 높이시고 교만한 자를 낮추신다'는 하나님 나라의 질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 대적을 침묵하게 하는 아이의 찬양

시편 기자는 이 찬양이 단순히 아름다운 노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는 대적을 ‘잠잠하게’ 만드는 권능입니다. 이때 ‘잠잠하게 하다’는 히브리어 shabath(שָׁבַת)은 정지시키다, 억누르다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즉, 어린아이의 입술에서 나오는 순전한 찬양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상징이 아닙니다. 실제로 하나님은 이 땅의 역사 속에서도 여러 차례 가장 작고 연약한 자를 통해 그분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어린아이들이 외친 찬송을 기뻐 받으셨던 장면은 바로 이 구절의 신약적 성취입니다. 마태복음 21장 16절에서 “어린아이와 젖먹이들의 입에서 찬미를 온전하게 하셨나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하시며, 예수님은 이 시편의 말씀을 자신의 사역과 연결하셨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이 찬양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한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는 곧 하나님의 나라가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종종 대적에 맞서기 위해 더 강력한 논리, 더 뛰어난 지식, 더 화려한 수사학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택하신 방식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순수함’입니다. 어린아이의 찬양,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찬양이 대적의 논리를 침묵하게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크나큰 도전을 줍니다. 교회는 이 진리를 기억하고, 모든 사역과 예배의 중심에 하나님을 향한 순전한 고백을 놓아야 합니다.

3. 하나님 나라의 모델로서의 어린아이

예수님께서 천국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반복해서 어린아이의 모습을 예로 드셨습니다. “이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말씀은 단지 도덕적 겸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적인 의존과 순전한 신뢰, 자기 의를 내세우지 않는 믿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은 가르침보다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의지합니다.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무능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마음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기반이 됩니다. 하나님은 자랑스러운 어른의 논리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께만 기대는 마음을 통해 일하십니다. 시편 기자는 이 원리를 시를 통해 선포하고 있으며, 예수님은 공생애 사역 가운데 이를 삶으로 증명하셨습니다. 천국은 그런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하나님의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어린이 사역을 단순한 양육이나 미래 세대 양성 차원에서 머물지 말고, 오늘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세워지고 있는지를 체험하는 거룩한 현장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이들의 예배는 단지 귀여운 장면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권능이 세워지는 현장입니다. 그 찬양과 기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아야 합니다.

결론: 어린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하나님의 능력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가장 작은 자들을 통해 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일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하나님의 권능이 세워지는 방법입니다. 아이들의 찬양, 그 작고 여린 음성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대적을 침묵시키는 능력으로 사용됩니다.

어린이 주일을 맞아 우리는 단지 아이들을 축복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그들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나라를 체험해야 합니다. 교회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 입술에서 나오는 찬양은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드러내는 통로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가장 연약한 자들의 입술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그 신뢰 속에서 교회의 중심도, 가정의 중심도 새롭게 세워져야 합니다. 주의 권능은 인간의 힘이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 속에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다시금 고백합니다. "주여, 우리 아이들의 입술에서 당신의 나라를 세우소서."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나라는 이 세상의 논리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진정한 능력과 영광이 흐르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가 오늘도 우리 가운데, 가장 순전한 찬양 속에서 임하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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