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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주일 설교, 천국에서 큰 자는 누구입니까

테필라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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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큰 자는 누구입니까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마태복음 18:4)

어린이 주일을 맞이하여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직접 어린아이를 가운데 세우시며 하신 말씀, 마태복음 18장 4절을 중심으로 함께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칭찬하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천국의 원리와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한 사람의 자세가 깊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가르치신 천국은 이 세상의 가치관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합니다. 세상의 위계 질서, 높고 낮음, 인정과 경쟁의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십니다. 주님의 마음을 따라, 우리가 어떤 태도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하는지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제자들의 질문, 예수님의 반응

본문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물은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자신들 중 누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왕으로 세워지실 날이 가까워졌다고 여겼고, 그 나라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은 자꾸 높아지고 싶어 합니다. 인정받고 싶고, 남보다 앞서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 질문은 단지 제자들의 유치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도 동일하게 자리한 교만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교회 안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심지어 신앙생활 안에서도 '누가 더 잘 믿는가', '누가 더 인정받는가'라는 비교와 경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아주 의외의 반응을 보이십니다. 한 어린아이를 불러 가운데 세우시고, 말씀하십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어린아이를 ‘천국의 모델’로 제시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어린아이는 단순히 나이가 어린 존재라기보다, 그 당시에 사회적으로 가장 낮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상징합니다. 어린아이는 법적 권리도 없고, 스스로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바로 그런 아이를 통해 주님은 천국의 질서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2. 자기를 낮춘다는 것의 의미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여기서 핵심은 ‘자기를 낮춘다’는 표현입니다. 헬라어로 ‘자기를 낮춘다’는 말은 tapeinoō(ταπεινόω)로, 의도적으로 자기 위치를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지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와 위치를 포기하고 다른 이들보다 낮아지려는 결단을 포함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겸손은 바로 이런 낮춤입니다. 빌립보서 2장에서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자기를 낮추사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신 그 겸손의 삶이 바로 ‘자기를 낮추는’ 삶의 완성입니다.

세상은 자기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만, 천국의 질서는 존재 자체를 은혜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도움 없이는 살 수 없고, 자랑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전적인 신뢰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먹을 것을 주리라는 믿음, 엄마가 안아주면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낮춤은 바로 이런 신뢰와 의존의 태도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주장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우리의 근거입니다.

낮아진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고백이요,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는 용기입니다. 이 겸손은 연약한 자만이 드러낼 수 있는 복음의 힘이며, 낮아짐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반영하는 거룩한 통로입니다.

3. 어린아이와 같은 자가 큰 자입니다

세상에서는 큰 자가 힘 있는 자이고, 영향력 있는 자이며, 남을 지배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반대입니다. 낮아지는 자, 자기 자신을 높이지 않는 자, 자기 권리를 내려놓는 자가 오히려 가장 큰 자입니다. 이런 역설은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천국의 핵심 질서입니다. 이 천국의 질서는 교회의 구조 안에서도, 성도의 삶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실현되어야 할 삶의 방향입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내내 낮은 자 곁에 계셨습니다. 병든 자, 세리, 창기, 버림받은 자들 속에 계셨습니다. 예수님의 시선은 늘 낮은 자를 향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제자 된 우리는, 자꾸만 높아지고 싶어하는 세상의 흐름을 따르기보다, 낮은 자리로 향해야 합니다. 주님이 계신 자리가 낮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낮은 곳은 불편하고 고단한 곳이지만,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가 가장 풍성히 흐르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깊이 묵상할수록, 우리는 겸손이라는 이름의 부르심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해 복음을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진 순전한 신뢰, 자기 주장 없는 겸손함, 부모를 향한 전적인 의존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회복해야 할 믿음의 태도입니다. 교회는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할 사명이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존중하고 본받아야 할 존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진정한 믿음의 성숙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은혜에 목마른 자의 자세를 잃지 않는 데서 나타납니다.

결론: 낮아짐이 곧 높아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누가 천국에서 큰 자냐?”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다시금 주님을 바라봅니다. 주님은 낮아지셨고,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분의 삶이 천국의 질서요, 제자의 본입니다.

우리가 낮아질수록 하나님은 우리를 높이십니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원리입니다. 어린아이처럼 낮아지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신뢰하는 삶, 그 삶이야말로 천국 백성의 삶입니다.

오늘 어린이 주일을 맞아, 우리의 아이들이 복음 안에서 바르게 자라나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어린아이와 같이 낮아져, 천국에서 큰 자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주님의 겸손을 닮아가는 한 주 되시길 축복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이 예수님의 낮아짐을 따라가는 믿음의 여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천국은 어린아이의 심령 안에 임하며, 그 길을 걷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기쁨이 풍성히 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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