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주일 설교, 부모 공경과 제자도
역설 속에 드러나는 참된 공경
출애굽기 21:17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누가복음 14:26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
어버이 주일을 맞아 오늘 우리는 성경 속에 나타난 두 개의 매우 강력하고 동시에 역설적인 말씀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는 출애굽기의 율법 중 하나로, 부모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또 하나는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으로, 자신의 부모를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입니다. 이 두 구절은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영적 진리와 공통된 메시지를 통해 부모 공경의 본질을 더욱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1. 율법의 경계: 하나님이 보시는 부모의 권위
출애굽기 21:17은 십계명을 확대 적용한 규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모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라는 이 말씀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들리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저주하다'는 히브리어로 qālal(קָלַל)이며, 이는 단순히 욕하거나 말로 상처 주는 것을 넘어 경멸하고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단지 말로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서 부모의 존재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심각한 죄로 여기신다는 뜻입니다.
왜 하나님은 이토록 엄하게 다루시는 것일까요? 그것은 부모와의 관계가 단순히 가정 내의 질서를 넘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통치의 그림자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 하나님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권위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곧 하나님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구약 시대에 이 계명을 어기는 자에게 사형이라는 극형이 선포된 것은, 단지 율법의 무서움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모의 권위를 얼마나 존귀하게 보시는지를 드러내는 기준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매우 깊은 울림을 줍니다. 부모를 향한 태도가 거칠어지고, 공경보다는 판단과 비난이 앞서는 문화 속에서, 하나님은 부모 공경을 단순한 도덕을 넘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태도로 보십니다. 하나님의 질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질서 안에서 부모의 존재를 인정하고 귀히 여기는 것이 곧 신앙의 출발점임을 본문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2. 복음의 역설: 참된 제자의 길과 부모 사랑
그러나 반대편에서 우리는 누가복음 14:26의 말씀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시기를, 누구든지 자기 부모를 미워하지 않으면 능히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게 들리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은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셨는데, 예수님은 부모를 미워하라고 하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에서 '미워한다'는 말은 헬라어로 miseō(μισέω)입니다. 이 단어는 성경에서 문맥에 따라 '덜 사랑한다', '두 번째로 둔다'는 상대적 개념으로도 사용됩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부모를 증오하라는 뜻이 아니라, 제자의 삶 속에서 가장 궁극적인 사랑과 충성의 대상이 하나님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모를 공경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면, 우리는 부모보다 하나님을 우선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극단적인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우선적 가치의 전환을 요구하시는 복음의 기준입니다.
우리가 부모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공경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할 때, 우리는 부모를 인간적 감정이나 이익의 계산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진심으로 공경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복음의 역설 속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부모 사랑의 길입니다.
3. 역설은 모순이 아닌, 완전한 가르침입니다
출애굽기의 계명은 하나님의 거룩함과 질서를, 누가복음의 말씀은 복음의 절대성과 제자의 헌신을 말합니다. 이 두 말씀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균형을 이루는 두 기둥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부모를 향한 우리의 태도가 단지 문화나 관습의 산물이 아니라, 그분의 통치를 반영하는 신앙의 문제라고 가르치십니다. 동시에 예수님은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 없이는 어떤 사랑도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십니다.
이 두 구절은 우리로 하여금 부모 공경이라는 주제를 단순한 효도나 가정의 질서로 축소하지 않도록 합니다. 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며, 하나님보다 더 사랑해서도 안 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참된 공경은 반드시 하나님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이 어버이 주일에 우리는 부모의 수고와 사랑을 기억하며 감사할 뿐 아니라, 부모를 향한 우리의 태도와 하나님의 뜻 사이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과 경외심이 살아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결론: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부모를 공경하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출애굽기의 말씀은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고, 누가복음의 말씀은 그 모든 사랑 위에 하나님을 두라는 주님의 요청입니다. 이 두 구절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부모 공경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에 뿌리내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통합된 말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깊이 사랑할수록, 부모를 더 진실하게 공경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감정이나 전통의 차원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부모를 존귀하게 여기는 신앙의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아, 우리의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삶 전체를 부모 공경이라는 말씀 안에 다시 세우는 시간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부모를 공경하십시오. 그 길이 곧 복음의 길이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순종의 열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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