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언 3:6 주해와 묵상 에세이

테필라 2025. 6. 20.
반응형

잠언 3:6 주해와 묵상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언 3:6, 개역개정)

1. 본문 주해

잠언 3:6은 5절과 함께 읽을 때 가장 명확하게 빛나는 말씀이다. 전절에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인간의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고 했고, 이번 절에서는 그 신뢰가 어떻게 삶의 전 영역에 실천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범사에”(בְּכָל־דְּרָכֶיךָ)라는 표현은 ‘너의 모든 길 위에서’ 혹은 ‘너의 모든 행로 속에서’로 번역될 수 있으며, 단지 종교적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과 인생 전반에 걸친 전면적 순종을 요구한다. 주일 예배뿐 아니라 직장, 가정, 인간관계, 결정과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그를 인정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지나 이론적 수용을 넘어서, ‘관계적으로 인식하고, 주권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히브리어 ‘야다’(יָדַע)는 ‘깊이 안다’, ‘경험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며, 이는 단순히 하나님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삶의 모든 길 가운데 주권자요 동행자로 모시는 것이다.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는 약속은 하나님께서 단지 길을 알려주시는 분이 아니라, 직접 인도하시며, 길 자체를 만들어가시는 분임을 선언한다. ‘지도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야샤르’(יָשַׁר)는 ‘평탄하게 하다’, ‘바르게 이끌다’는 의미로, 장애물을 제거하고 방향을 세워 주시는 하나님의 섭리적 인도를 나타낸다.

 

이 구절은 구속사적 관점에서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 속에서 걷는 순례자의 삶을 설명한다. 삶의 모든 방향에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인정할 때, 그 길은 비록 굽어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의와 생명으로 인도된다.

 

 

2. 묵상 에세이: 내가 걷는 모든 길 위에 

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이 긴 여정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수많은 갈림길과 방향 앞에서 나는 자주 멈춘다. 어디로 가야 할까? 이 길이 맞는가? 하지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범사에’—나는 이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주일 아침처럼 경건한 순간에만 하나님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현실의 냉혹한 계산 속, 감정이 엉킨 인간관계 속, 이해되지 않는 실패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인정한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믿음은 그 ‘쉬움’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을 주권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나님이 나의 주님이시라면, 그분은 나의 예배뿐 아니라 나의 회의, 나의 통장 잔액, 나의 직장 스트레스, 나의 결혼생활 속에도 계셔야 한다. ‘범사에’라는 말은 그렇게 내 믿음을 전면적으로 도전한다.

 

그를 인정하는 삶은, 내가 아는 길을 포기하는 삶이다. 하나님이 방향을 정하시고, 나는 그분을 따르는 것이다. 때로는 그 길이 우회로처럼 보이고,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하나님은 항상 가장 정확한 시간에, 가장 필요한 길로 나를 인도하셨다.

지도하신다는 말은 단지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내 길의 구조 자체를 다듬으시는 분이시다. 엉켜 있는 삶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 가시며,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평탄하게 여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하나님, 이 길이 주님의 길입니까?” 그리고 기다린다. 하나님의 길은 언제나 확실하다.

 

이 말씀은 또한 나에게 자유를 준다.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그분을 인정하는 것, 즉 내 삶의 주권을 그분께 드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하나님께서 행하신다. 그분은 내 길을 지도하시고, 그 길 위에 함께 걷는 분이시다.

 

오늘도 나는 삶의 수많은 일들 앞에 선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는 고백한다. “주님, 이 순간에도 주님을 인정합니다. 나의 생각보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더 믿습니다. 내 앞날보다 주님의 뜻을 더 신뢰합니다.”

 

그 고백 하나면, 길은 열린다. 굽은 길도 곧게 되고, 막힌 문도 열리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게 된다. 하나님이 나의 인도자이시기 때문이다.

 

 

3. 기도

사랑하는 하나님,
오늘도 수많은 선택과 갈림길 앞에 선 저에게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는 말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제가 내 판단과 감정으로 결정하지 않게 하시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먼저 인정하는 믿음을 주소서.

주님을 인생의 중심에 두기를 원합니다.
내가 가는 길마다, 말하는 순간마다, 계획하는 모든 일 위에
주님을 모시고 주님께 의탁하게 하소서.
혼란스러울 때에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주님을 인정하며 조용히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주옵소서.

저의 모든 길을 지도하시는 주님,
삶의 굽은 길을 곧게 하시고,
주님의 선하신 뜻대로 저를 이끄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