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언 3장 5절주해와 묵상 에세이

테필라 2025. 6. 20.
반응형

 

잠언 3:5 주해와 묵상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잠언 3:5, 개역개정)

 

1. 본문 주해

잠언 3장 5절은 지혜문학의 중심 메시지를 요약하는 절정의 말씀이다. 이 구절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이란 무엇이며, 참된 지혜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단순하면서도 심오하게 가르쳐 준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בְּכָל־לִבְּךָ, 베콜 리브카)는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전 존재적 신뢰를 뜻한다. 히브리어 ‘레브’(לב)는 단지 감정이 아닌 의지, 사고, 중심의 좌소를 포함하는 단어로,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온 생명으로 하나님께 맡긴다는 고백이다.

 

“여호와를 신뢰하고”는 하나님의 성품과 언약을 신뢰하는 신학적 행위다.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신뢰한다’(בָּטַח)는 단어는 ‘안전하게 기대다’, ‘전적으로 의탁하다’는 뜻을 가진다.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는 구절은 인간의 제한된 판단과 경험, 논리적 추론을 절대화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여기서 ‘명철’은 무지나 무관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성이 신적 권위 위에 올라서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다. 즉, 지혜로운 삶은 내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말씀은 결국 인간 중심의 판단에서 하나님 중심의 순종으로 전환하라는 부르심이다. 구속사적으로도 하나님의 뜻은 항상 인간의 계산을 넘어서며,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의 명철로는 헤아릴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십자가는 그 결정적인 예다.

 

 

2. 묵상 에세이: 믿음은 계산을 넘는다

나는 얼마나 자주 계산하는가. 하루의 일정을 계획할 때도, 사람의 말을 들을 때도, 앞날을 생각할 때도 나의 명철을 앞세운다. 내가 아는 만큼, 내가 판단한 만큼 세상을 해석하고, 하나님마저 내 이해의 틀 안에 가두려 한다.

 

그러나 이 말씀은 나를 그 틀에서 벗어나게 한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마음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단지 감정적인 충동이 아니라, 내 사고와 판단과 감정의 주도권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님께 인생의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많은 길에서 갈등했다. 오른 길처럼 보여서 갔는데 막다른 골목이었고, 잘못된 길인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은혜를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깨닫는다. 인간의 명철은 신뢰할 만큼 정직하지도, 넉넉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은 내 계산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길로 이끄신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길이 생명의 길이었다. 믿음은 결국 '이해하는 것보다 먼저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내 생각을 뛰어넘어 역사하신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분께 맡기는 용기, 그것이 바로 마음을 다해 신뢰하는 신앙이다.

 

십자가도 그런 길이었다. 인간의 명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하나님은 구원의 길을 여셨다. 하나님의 아들이 수치와 고통의 십자가를 지심으로 우리에게 영광의 문을 여셨다. 내가 다 이해할 수 없어도, 하나님은 틀리지 않으신다. 내가 보기엔 우회로 같지만, 하나님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믿기로 한다. 이해하기보다는 믿기로, 계산하기보다는 맡기기로, 내가 아는 것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우선하기로. 주님을 신뢰하면 실족하지 않는다. 주님을 따르면 길을 잃지 않는다. 주님을 의지하면 부족하지 않다.

 

이 말씀은 나의 사고를 겸손하게 만든다. 나는 내 생각보다 크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명철을 내려놓고 신뢰를 붙잡을 때, 진짜 지혜가 열린다. 내 인생의 매 순간마다 하나님께 묻고 그분을 따르는 삶, 그것이 내가 걸어야 할 믿음의 길이다.

 

3.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제 마음의 중심까지 아시는 주님 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저는 얼마나 자주 제 명철을 의지하고, 스스로 길을 결정하려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의 말씀 앞에서 다시 깨닫습니다.
지혜는 나에게서 오지 않고, 오직 주님을 신뢰할 때 시작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주님, 저의 교만을 용서하여 주시고,
제 이성보다 주님의 말씀을 더 신뢰하게 하소서.
모든 상황 속에서 마음을 다해 주님을 의지하게 하시고,
내 계획과 판단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먼저 구하게 하소서.

주님이 선하신 목자이심을 믿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길에서도
주님의 손을 놓지 않게 하시고,
항상 주님을 신뢰하는 자로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