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4장 13절 주해와 묵상 에세이
빌립보서 4:13 주해와 묵상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3, 개역개정)
1. 본문 주해
빌립보서 4장 13절은 사도 바울의 개인적인 삶의 고백이자, 그리스도인의 삶의 원리를 요약한 말씀이다. 바울은 이 말씀을 고난 중에, 구체적으로는 로마의 감옥에서 빌립보 교회에 편지를 쓰는 중에 선포했다. 겉보기에 그는 무력하고 갇힌 자였지만, 그 안에 흐르는 능력은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는 헬라어 원문에서 ἐνδυναμοῦντι με로 표현되며, ‘지속적으로 능력을 공급하시는 분’이라는 뜻을 가진 현재분사이다. 이 능력은 외부에서 부여되는 일시적인 자극이 아니라, 내주하시는 성령을 통해 지속적으로 흐르는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이다.
“그리스도 안에서”(ἐν Χριστῷ)라는 전치사는 구체적으로 ‘위치적 연합’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예수님을 믿는다고 해서 능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의 인격적 연합과 교제 속에서 일어나는 ‘동행’의 능력이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 그분이 내 안에 계심으로 능력의 통로가 열리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구절은 문자 그대로 ‘어떤 상황이든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며, 단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적적 의미보다, 가난, 풍요, 비천, 풍족 등 인생의 다양한 조건 속에서 주어진 사명을 능히 감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빌 4:11–12 참조).
이 말씀은 구속사적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가 어떻게 죄의 지배와 세상의 유혹을 이기며, 하나님 나라의 삶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선언한다. 참된 능력은 인간의 결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2. 묵상 에세이: 그분 안에서 나는 가능하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믿고 싶지 않다. 나는 너무도 자주 흔들렸고, 때로는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말씀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이 구절은 나의 의지를 강조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무능함을 정직하게 고백하면서, 그 위에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는 고백이다.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지만 그분 안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에 걸어가는 믿음이다.
사도 바울은 감옥 속에서도 이 고백을 했다. 그는 현실의 답답함 속에서, 물리적 자유를 상실한 상황에서도, 놀랍도록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 있었고,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삶의 다양한 문제 앞에 선다. 때로는 건강의 문제, 때로는 인간관계의 고통, 혹은 예기치 못한 절망과 싸워야 한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너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분 안에서는 할 수 있다.” 그 말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믿음의 발돋움이다.
나는 이 구절을 단지 응원 문구처럼 붙들지 않는다. 나는 이 말씀을 살아 있는 능력으로 믿는다. 그 능력은 단지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 방식이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나 자신을 새롭게 보고, 내 능력의 원천을 내 안이 아닌 그분께 두게 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단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앞에서 충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 참아야 할 고난, 겪어야 할 낮아짐, 내려놔야 할 자아, 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가능하다.
믿음의 길은 항상 능력의 길과 함께 간다. 그러나 그 능력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분에게 있다. 예수님 안에 거할 때, 나는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나를 넘어서는 힘을 경험한다. 그분은 나에게 하루를 살 힘을 주시고, 절망 속에서도 감사하게 하신다.
나는 매일 이 말씀을 내 심장에 새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라는 말은 오늘을 살아갈 유일한 에너지이다. 이 세상은 ‘할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속삭이지만, 그 말은 결국 나를 짓누르고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은 쉼이 되며, 회복이 되며, 새 출발이 된다.
그래서 나는 고백한다. 나는 연약하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강하다. 나는 모자라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충분하다. 나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분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그리스도의 능력 안에 있는 나를 꺾을 수 없다.
내게 능력 주시는 그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 오늘도 그 고백 하나로 나는 다시 살아간다.
기도
주님, 나의 힘 되신 하나님 아버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할 때 두려워 떨던 저에게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말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능력이 아닌,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오늘도 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내 안에는 연약함이 많고, 때로는 주어진 자리조차 감당하기 벅찰 때가 있지만
주님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믿음으로 붙듭니다.
오직 그리스도 안에 거하게 하시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지치고 흔들리는 순간마다 나의 감정이 아닌 말씀 위에 서게 하시고,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을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감당하게 하소서.
겸손하게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오늘도 주 안에서 담대히 나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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