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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2장 묵상과 강해

테필라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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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없이 분열한 공동체: 에브라임과 입다의 충돌에서 배우는 교회의 본질

사사기 12장은 입다의 승리 이후,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을 다루며 시작됩니다. 외적인 승리는 이루었지만, 공동체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이스라엘을 계속해서 흔들고 있었습니다. 이 장은 사사기의 후반부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공동체의 연합과 말씀 위에 세워진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합니다.

 

갈등의 시작: 에브라임의 시기와 분노

에브라임 지파는 입다에게 찾아와 이렇게 항의합니다. "네가 암몬 자손과 싸우러 갈 때 어찌하여 우리를 불러 함께 가지 아니하였느냐? 우리가 반드시 너와 네 집을 불사르리라"(삿 12:1). 이 말은 단순한 서운함의 표현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박이며 내전의 위기를 조장하는 말입니다. 에브라임은 이전에도 기드온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항의한 적이 있습니다(삿 8:1). 이는 그들의 자존심과 중심성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반복된 행동입니다.

 

에브라임은 항상 중심에 서고 싶어했고, 자신들이 배제되는 것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반응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교만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은 사람의 기준과 다릅니다. 중심에 있든 변두리에 있든, 하나님의 일은 그분의 주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에브라임은 그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인간적인 자존심으로 판단했습니다.

 

입다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반응합니다. 그는 자신이 싸우기 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에브라임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삿 12:2). 그리고 그는 그 싸움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암몬 자손을 무찌른 것이지, 자신의 능력이나 지파의 이름으로 이긴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입다는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다시금 고백하며, 자신을 향한 에브라임의 비난이 부당함을 말합니다.

 

이 장면은 공동체 안에서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자존심과 시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서로 협력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야 하지만, 때로는 인간적인 자만과 경쟁심이 그 일을 방해합니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갈등을 자주 목격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중심에 서느냐가 아니라, 누가 하나님 앞에서 충성되게 서 있느냐입니다.

 

비극의 분열: 시브볼렛과의 판단 기준

에브라임과의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고, 입다는 길르앗 사람들과 함께 에브라임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둡니다. 그리고 도망하는 에브라임 사람들을 요단 강 나루에서 가려내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들에게 "시브볼렛"(שִׁבֹּלֶת)을 말해보게 하고, 발음을 정확히 하지 못하면 에브라임 사람으로 간주하여 죽입니다(삿 12:5-6).

 

이 장면은 단순히 발음의 차이를 이용한 전략이 아닙니다. 이는 공동체 내의 분열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브볼렛'은 본래 "강물의 흐름" 또는 "곡식의 이삭"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에브라임 사람들은 이를 "십볼렛"이라고 발음하여 들통납니다. 언어는 정체성과 공동체 소속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며, 이 장면은 말 그대로 언어 하나로 생과 사가 갈리는 긴장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깊은 묵상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을 판단할 때, 외적인 언어적 특징이나 행동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큰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진정한 하나됨은 외형이 아니라 중심에 달려 있습니다. 이 장면은 교회 안에서 '다름'을 이유로 형제를 정죄하거나 배제하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4만 2천 명의 에브라임 사람들이 죽임을 당합니다. 이는 내전이 가져온 참혹한 결말이며, 하나님 백성 간의 분열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줍니다. 입다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이 승리는 고통스러운 승리였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끼리 서로 칼을 겨누는 일은 결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아닙니다.

 

세 사사의 짧은 기록: 혼란 속에도 이어지는 하나님의 일하심

사사기 12장의 후반부에는 입다 이후 이어지는 세 명의 사사, 입산, 엘론, 압돈의 간략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이들의 이름은 짧게 기록되지만, 하나님께서 여전히 이스라엘을 다스리고 계셨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입산은 베들레헴 사람으로, 아들 30명과 딸 30명을 두었으며, 외가와 혼인 동맹을 맺는 형식으로 정치적 안정과 영향력을 넓혔습니다(삿 12:8-10). 엘론은 스불론 사람으로, 10년간 사사로 있었고, 특별한 사건은 언급되지 않지만, 그 기간 동안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삿 12:11-12). 마지막으로 압돈은 아들 40명과 손자 30명을 두고, 70마리 나귀를 타고 다니며 통치했습니다(삿 12:13-15). 이 숫자는 그의 통치가 평화로웠고, 지역 전체에 영향력을 끼쳤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록 이 사사들에 대한 기록은 짧지만, 이들의 존재는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인도하고 계셨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의 갈등과 실수가 반복되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언약과 섭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동일합니다. 우리가 실수하고, 공동체가 흔들릴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시 하나님의 뜻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결론

사사기 12장은 이스라엘 안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그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입다는 외적 승리를 이뤘지만, 내적 갈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에브라임은 중심 지파라는 자만심으로 인해 오히려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겸손과 협력, 그리고 연합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신앙인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하나님 없는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며, 말씀 없는 공동체는 언제든 분열의 위험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 순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겸손히 서야 합니다. 입다와 에브라임의 이야기는 교회의 하나됨이 얼마나 소중하고, 동시에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 안에서, 가정 안에서, 사회 안에서 '시브볼렛'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와 다른 목소리를 품고, 하나님의 뜻 아래 다시 하나 될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은 갈등 너머에서 우리를 향한 구속의 역사를 여전히 이어가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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