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수필, 대림절의 기다림
기다림의 온도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 하얗게 입김이 새어나오는 아침, 얼어붙은 땅 위로 드리운 긴 그림자, 느리게 저물어가는 하늘빛. 이 모든 것이 기다림을 품고 있다. 대림절은 그러한 기다림의 상징과도 같다. 축복의 빛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추위를 견디고, 어둠을 지나며, 고요히 다가오는 시간을 음미한다. 기다림은 고통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은밀한 설렘과 기쁨도 담겨 있다. 기다림의 온도는 언제나 복합적이다.
기다림의 본질은 시간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기다림은 그 시간의 속도를 느리게 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처럼, 기대감은 초침 하나하나를 더디게 만들고, 그 더딤 속에서 희미한 불빛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을 발견하게 한다. 반대로, 고통스러운 기다림은 시간의 무게를 두 배로 느끼게 만든다. 사랑하는 이의 병상이거나, 언제 끝날지 모를 긴 슬픔의 밤처럼, 기다림은 시간의 흐름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기다림은 단순한 수동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능동적인 수용이다. 마치 겨울나무가 잎을 떨구고 뿌리 깊은 곳으로 에너지를 모으듯, 우리는 기다림 속에서 내면을 준비한다. 대림절의 촛불 하나를 켤 때마다 우리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빛을 맞이할 자리를 마련한다. 기다림은 결코 무의미한 공백이 아니다. 그것은 준비의 시간이며, 세상을 새롭게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이다.
기다림은 또한 관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우리를 기다린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다다르기 전, 서로의 얼굴을 그리며 떠올리는 순간은 이미 관계를 만들어 간다.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그 사람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는다. 기다림은 관계를 맺는 또 다른 방식이며, 그 안에는 묵묵한 믿음과 희생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기다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불확실성은 기다림을 가장 큰 고통으로 만든다. 눈 앞에 펼쳐진 길이 끝없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길을 걸을 힘을 잃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에도 기다림은 우리를 다독인다. 보이지 않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고,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작고 단단한 불씨를 발견하게 한다. 그 불씨는 언젠가 큰 빛이 될 것이다.
대림절의 기다림은 그래서 특별하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쌓아 올리는 일이다. 초를 하나하나 밝히는 동안 우리는 마음 속에 작은 기적을 품는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어둠도 짙어지지만, 그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별빛도 존재한다. 기다림은 빛을 찾는 과정이며, 우리 삶을 한층 더 따스하게 만드는 불꽃이다.
기다림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고, 삶의 여러 결을 이해하게 된다. 어둠을 지나온 사람은 빛의 소중함을 알고, 고통 속에서 기다림의 의미를 배운 사람은 작은 행복도 크게 느낄 줄 안다. 기다림은 우리를 더 깊고 풍요로운 존재로 만든다.
기다림은 끝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대림절이 끝나갈 때, 우리는 다시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기다림은 단절이 아니라 순환의 일부이며, 삶의 리듬에 맞춰 우리를 이끈다. 그러니 기다림은 단순히 무언가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그것 자체로도 하나의 완전한 삶의 모습이다.
대림절의 기다림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채우고, 변화시키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일이다. 기다림의 온도는 따뜻할 수도, 차가울 수도 있지만, 그 온도 속에서 우리는 삶의 깊이를 깨닫는다.
마지막 촛불이 켜지고 성탄절의 종소리가 울릴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기다림은 단순히 끝을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 그 자체였고, 우리가 만들어 온 시간이었다. 대림절의 기다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축복이다. 삶의 어두운 길목에서도 기다림의 의미를 잊지 않기를. 언젠가 우리 모두의 기다림이 한 줄기 빛으로 환하게 밝혀질 것을 믿으며, 이 겨울의 끝에서 따스한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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